
눈이 많이 내리던 어느 날 윈저가 아침 일찍 찾아 왔다
로렌시아 오늘 학교 땡땡이치고 나랑 나야가라
눈 구경 가자라고했다
윈저는 나에게 이번 눈은 나무에 얼음이 매달려있고, 나뭇잎도 얼음 속에 갇혀 있어 동화 속 나라에
온 것 같을 것이라며 너가 꼭 봐야 한다고 꼬셨다
나는 기꺼이 윈저의 획책에 넘어갔고
크리스탈 퀸스써클에서 출발해 포트이리를 거쳐
나야가라 폭포 상류쪽에서 하류쪽으로 드라이브를 했다

역시나 학교 땡땡이를 잘 쳤다
윈저는 중간중간에 차를 멈추고 나를 내리게 했다
나무에 매달린 고드름과 눈꽃송이를 보라고 했다
내가 와 하며 아름다움에 소리치는 모습을 보면서 미소지었다
나는 기뻤고 윈저가 고마웠다
그리고 이 추운 겨울에 폭포가 얼지 않는다는 게 신기했다
윈저는 나에게 나야가라 폭포에 흐르는 물은 50년 전에 록키산맥에서 여기까지 흘러내려 온 물이라고 했다

'흐르는것이 어디 물 뿐이랴
우리의 삶이 저와 같아
강변에 나가 삽을 씻고
거기에 슬픔도 퍼다 버린다'
라는 정희승 시인의 시가 떠올랐지만
영어로 읊어줄 수 없는 것이 속상했다

윈저는 얼음 왕국같은 눈에 덮힌 나무 옆에서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개구장이 처럼 웃었다
윈저가 피고 있는 담배는 불법담배 라는걸 알기에
나는 윈저에게 너 불법자로 신고 한다고 하자
버릇 없이 어른을 놀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너는 귀여워서 용서해 준다고 했다
캐나다는 담배값이 비싸서 이렇게
불법제조해서 판매를 많이 한다
윈저집 냉동실을 보면 하얀 볼펜같은 담배가
비닐팩 속에 돈다발처럼 뭉치로 쌓여 있다

윈저할머니랑 나랑은
영혼이 닮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
영어를 잘 못하는데도 내 말 을 잘 알아 듣고
얘기를 할때면 매우 신중하고 집중해서
내 눈빛을 쳐다본다
나는 불교신자가 아니지만 마치
전생에 내가 윈저였을까 아니면 우리가
어딘가에서 분명히 만난사이였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했다

아마도 그녀도 나도 이방인
이라는 삶이 닮은 듯 했다
이민자의 삶, 이방인, 떠돌이 그게 우리 두 사람의
공통점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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