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 물리치료 예찬/김문수
우리동네에 새벽6시에 물리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나도 일찍
물리치료를 받으려고 새벽6시에 병원을 갔다. 도착해보니 이미 오전치료 마감이라고 한다.
성질이 났다 7개의 침상이 있는데 마감이라니 도대체 어떤 사람이 몇 시부터 오느냐고 물어보니 할머니 대답이 “새벽3시부터 와서 기다림쑤다(기다렸다)” 라고 하며 먼저 온 사람들이 서로 얼굴 보며 눈동자 찍고 차례 기다린다고 한다. 귀곡산장이라는 생각과 오기가 발동하여 몇일 뒤 여행차 방문 한분과 직원3명해서 도합 4명의 부대를 이끌고 새벽3시에 비장한 각오를 하여 물리치료실에 등장하니 이미 할아버지 두 분이 와계셨다. 그리도 일곱 침상에는 들어갈 수 있으니 우린 1차팀 합류 서로 얼굴 눈 도장을 찍고 기쁜 마음에 한 시간을 기다렸다. 딱딱한 나무의자에 4명이 앉아서 3시간 가량을 기다릴려니 마치 기차 대합실에 쪼그리고 앉아 언제 올 줄 모르는 기차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 같아서 우습기도하고 미친짓 같기도 했다. 온 몸을 뒤틀며 졸고 있는데 한명의 할머니가 3시23분에 등장 회심의 미소를 지으시며 1차팀 합류 했다. 곧이어 바로 3시24분 등장 아주머니 아쉬운 얼굴빛이 감돌며“돌아가야겠네” 마치 예선 탈락한 축구선수처럼 고개 쑥이며 쓸쓸히 뒤돌아 계단 아래로 내려가는 모습이 조금은 미안했지만 양보는 할 수 없다 나도 잠못자고 눈알이 벌겋게 왔는데 애써 모르는 척 잠자는 척 실눈만 뜨고 있었다. 3시40분쯤 되자 한명, 두명 할머니,할아버지들 등장 스스로 “우리는 2번째 타임이라” 하시며 2차팀이 분류되어 얼굴 눈 도장을 찍기 시작했다. 아! 이광경이 참으로 경의롭다. 얼마나 질서 정연하며 도덕적인 모습인가 새치기도, 빽도, 줄도 그 어떤 것도 통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노력으로만 얻을 수 있는 순서의 정직함에 나는 깊은 고개를 쑥인다. 민주주의여! 자유여!
딱딱한 의자에 쪼그린 채 3시간 가량을 기다릴려니 고문이 따로 없고 물리치료 받으려다 오히려 병이 생기겠다는 말들을 서로오가며 하는데 드디어 물리치료사 등장 파란 유니폼을 입은 채 마치 비행기 승무원처럼 도도하게 등장 일제히 나무의자에 앉아있던 사람들은 기립한다. 병원문이 열리자 1차팀은 7침상이 있는 치료실로 들어가 치료사의 지시 없이도 눈짓으로 너는 1번 침상, 너는 2번 침상 자리정하고 수건 깔고 이미 완벽한 치료받기 직전 정비완료 하고 비장하게 각자의 침상에 누워서 차례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첫번째 핫팩의 손길 뜨끈한 핫팩이 허리, 목덜미 등 아픈 곳을 습하게 스며들어 이완을 시킨 후 두 번째 기계의 손길 찰떡처럼 등짝에 붙어 찌르르 찌르 근육에 전기가 통한다 으스스 세 번째 기계의 손길 부황기 처럼 생긴 컵이 등짝 한 켠에 떡하니 붙어 피부를 끌어 댕겼다 놓았다 쿡쿡쿡 찌르 한다 으스스 네 번째 기계의 손길 등판 전신을 기계가 훌고 지나간다 타작 하듯이 후두구 후두둑 으스스 다섯 번째 물리치료사의 마무리 등짝을 지압한다 쥐었다 폈다 으스스
7대의 침상에 7명의 환자들이 누워서 행복하다 기계에 대고 속삭인다.
기계가 만져주니 사람보다 더 좋아 짜증도 안내고, 느끼하지도 않고, 친절도 하며 말없이
묵묵히 만져주니 새벽의 수고로움 즘이야 무슨 대수야
물리치료의 쾌감이여! 찌르찌르 전기의 다정함 이여!
일곱 대 침상 환자의 신음소리 기계가 만져주니 좋아좋아 아침 새벽 공기속으로 퍼진다
퐁당퐁당 멀리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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