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립 장난감/김문수
나는 가끔 울산을 가게 되면 8살 된 조카를 데리고 학교 앞 문방구점을 간다.
나에게 좋은 기억 중 하나는 문방구점에서 몇 백원 주고 산 조립 장난감을 만들었던 것이 무척 즐겁고, 재미있었던 것 같다.
어린 조카 녀석에게도 이런 기쁨을 주고 싶어 데리고 가는데 이 녀석의 표정은 신나는 것 보다 조금은 귀찮은데 고모가
가자고 하니 마지못해 적선 해주듯이 따라 나서곤 하는 모습이다.
한번은 학교 등교 시간에 함께 문방구 점을 가서 조립식 장난감을 찾는데 내가 찾는 물건이 없다는 것이다.
주인 아저씨는 여기저기 뒤져가며 열심히 찾아보는데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요새 애들이 그런 만들기 장난감을 찾지를 안아서요.”라고 한다.
나 또한 조금은 민망한 생각이 들어 시대에 조금 덜 떨어져 있는 지나간 장난감 앞에 멈춰선 어린애 같은 심정이
들어 조금은 서글퍼졌다. 옆에서 이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보던 조카 녀석이 눈동자를 두리번거린다.
마치 독수리가 하늘에서 아래를 내려 보듯 두 눈의 초점을 부지런히 먹이를 찾아 날카롭게 내려 꽂는다.
“아저씨 저 꼭대기 선반위에 있는 것 좀 내려주세요.” 라고 하며 선반 꼭대기를 손으로 가르킨다.
주인아저씨가 “어디 여기?”라고 하며 물건을 내리자 그렇게도 내가 찾던 천원짜리 조립 장난감 세트가 무려 몇 개나
있는 것이다. 나도 모르게 “이거야, 내가 찾던 장난감이”라고 말을 하며 기뻐서 주인아저씨와 조카를 번갈아 바라보며
크게 웃었다. 그러자 그 주인아저씨가 “요새 애들은 이렇게 가만히 앉아 복잡하게 조립하는 걸 싫어해서 요즘은 이런
장난감이 잘 나오지도 않고, 갖다 놓지도 않습니다. 나도 잊어 버리고 있었는데 그 녀석 참 신기하게 잘도 찾았네.”
라며 조카를 뿌듯한 눈빛으로 쳐다 보신다.
이 아이의 눈에는 이런 장난감이 싸구려같고 조잡하게만 보일 것이다. 라고 생각하니 내가 그렇게도 주고 싶어 했던 작은 놀이가 보잘 것 없다는 생각에 맥이 빠져 있었다.
“막내고모” 옆에 서있던 조카녀석이 나를 쳐다보며 “지금몇시에요? 학교 늦겠어요.”라고한다. 아차 싶어 시간을 보았더니 늦지는 않았다.
부랴부랴 서둘러 조카를 학교에 보내고 집으로 돌아와서 그 조립 장난감은 그냥 한쪽 구석에 봉지채 던져졌다. 학교 수업을 마치고 돌아온 조카 녀석이 오자마자 조립장난감을 찾아 구석에 쳐박아 둔 장남을 꺼내더니 조립 설계도를 심각한 표정으로 보면서 몇 시간 끙끙 거리더니 작은 모형 비행기 하늘 만들어 나에게 보여준다. “고모 내가 만들었어요!”라며 어렵게 완성한 비행기를 마치 조종해 보겠다는 결의에 찬 조종사의 모습으로 씩씩하게 서있다.
이 녀석에게도 내 기억의 조립 장난감이 쓸모 없지는 않구나 아무리 시대가 바뀌고 손을 사용하여 만드는 놀이보다, 기계적 작동인 스마트폰 게임과 시물레이션 오락 등이 넘쳐 난다지만 아직도 내손에 끌러 마지못해 문방구점에서 구입한 시대에 뒤떨어진 촌스럽고 싸구려 장난감에서 소명 같은걸 발견한 어린조카 녀석이 있으니 이 세상도 때로는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서 살아볼만도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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