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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시인방

장가계에서 신선을 만나다

by 띤꾸 2014. 1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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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가계에서 신선을 만나다/김문수

1.상해에서 비행기를 갈아타고 장가게 에 내리자 50년만의 눈이 내렸다

눈은 마치 벚꽃처럼 휘날리며 버스 유리창을 이리저리 때리며 앞서 나간다

꿈을 꾸었다 두 개의 봉우리 작은 봉우리 큰 봉우리 사이로

신선이 나타나서 노루랑 놀고 있었다

나를 보며 저 산을 보여 주겠다고 하며 산을 가르치자 안개가 걷히고 산봉우리가

깨끗하게 보였고 꿈이 깼다

 

2.장가계 아침 이다 밤새 산이 내 앞에 내려와 펼쳐져 있다

산이 이렇게 내려 올수도 있구나 눈 덮인 산이 북극 곰 처럼 앉아있다

황석채에 서니 순간 안개가 바람에 밀려 산 아래로 내려가고

봉우리 봉우리들이 장암한 모습을 드러내고 원숭이 가족들이 과자봉지를 들고 집단행렬의 모습을 보인다

신선이다 일행이 내려간 후 신선께 감사의 절을 올렸다

 

3.황석채에서 내려와 버스를 타러 가는 길에 앞니 두 개가 빠진 스무살쯤 되어 보이는

거지가 몸을 심하게 떨며 구걸 그릇을 내민다

못 본척 버스에 뛰어 올라타고 버스는 그 거지앞을 지나가자 험상궂은 표정을 지을 것 같은

그 거지 청년이 앞니 빠진 입을 크게 벌리며 나와 눈이 마주치자 손을 흔든다

멀리 버스가 갈 때 까지 손을 흔든다 몸도 흔든다

산에서 내려온 신선 이였다

 

4.대협곡의 수백개의 아찔한 계단을 내려와 물길을 따라 걸으며

한국인의 정서와 잘 어울리는 산수로다 흥에 취해 멀리 공수해온 포천 막걸리

한 사발 드리키자 내가 신선이 되었다

 

5.대협곡을 지나 작은배를 타고 물길을 따라 오다 배에서 내려 오솔길을 걸어 오는데

스무 살쯤 되어 보이는 거지가 바닥에 앉아 쇠 밥그릇을 두고 구걸을 하고 있다

쇠 밥그릇 황석채 거지의 해맑은 웃음이 떠올라 천원을 밥그릇에 놓았다

한참을 걸어가다 뒤를 돌아보니 그 청년 거지가 헤벌레 웃으며 손을 흔든다

몸을 떨며 계속 손을 흔든다 내 몸이 떨린다 두 신선을 만났다

장가계 에서 내가 본 것은 아름다운 산수풍광이 아니라

이빨 빠지고 몹시도 몸을 떨며 구걸을 하는 두 신선을 만난 것이고 그의 이름은 예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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