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할아버지가 손을 잡고 걷습니다. 둘은 아무 말이 없습니다.
휴게실 소파에 한○현 어르신이 앉아계십니다. 기도를 하듯 지팡이에 의지한 채 고개를 푹 숙여 있습니다. 푹~내뱉는 한숨소리, tv에서 ‘전국노래자랑’이 나와도 박수는 쳐지지 않습니다.
한○현 어르신은 당뇨병을 앓고 있습니다. 합병증으로 시력을 잃자 요양원 내부 환경은 새로운 모습이 되어 느낌만으로는 원하는 장소를 찾을 수 없습니다. 벽 모퉁이에 부딪혀 이마가 퍼렇게 멍이 들고, 휠체어를 타고 지나가는 어르신과 부딪히길 여러 번. 혼자 할 수 있다던 마음은 온데간데없고 퉁명스럽게 변하는 모습에 동료 어르신은 낯설기만 합니다. 어떤 형태도 느끼지 못하자 툴툴 하시며 했었던 식사하기, 걸음운동, 산책 등도 이제 안 하시겠다며 모든 것은 방에서 해결 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습니다.
같은 동에 거주하고 계시는 김 ○무 어르신은 몇 가닥 안 되는 희끗한 머리카락에 수박 한 통 배 속에 넣고 뒤뚱뒤뚱 한 ○현 어르신 방으로 갑니다. 자신의 손바닥 위에 한 어르신의 손을 올려놓습니다. 그리곤 식당 앞으로 한 걸음씩 발자국을 떼며 아기 걸음마 하듯 천천히 걸어갑니다.
조리실 옆 소파가까이 다가오자 “이디 앉아 이십서! 허꼼시믄 밥시간 될 거우다.”김 어르신은 이야기 합니다. 한 어르신은 말없이 소파에 앉습니다. 방에 앉아계시거나, 휴게실에 잠깐씩 나오시는 것이 하루의 전부가 된 어르신에게 김O무 어르신은 10M의 자유를 선물합니다. 장애물이 있거나 오르막길이 있어도 둘은 아무 말이 없습니다. 장애물을 피해서 걸을 수 있도록 옆으로 가고 오르막이 있을 땐 멀리 돌아 평편한 복도로 이동합니다. 손을 만져 거칠고 딱딱한 김 어르신의 손바닥에서 편안함을 느낍니다.
두 손 꼭 붙잡고 하루를 보내는 두 어르신. 두 눈이 보이지 않게 되어서야 서로의 손을 꼭 붙잡아 또 다른 세상을 봤을 어르신.
유리창 사이의 햇살을 받고 점점 멀어지는 어르신의 뒷 모습이 작아집니다.
* 정월 대보름 들불축제를 하는 새별오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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