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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두 색시/김문수
때려야만 떨어지는 참깨가 아니라
달래고, 어르고, 곱게 매만져야만
떨어지는 녹두는 콩이름도 도도하여
강낭콩도 완두콩도 아니라 고고한 녹두로다.
나의 예쁜 아내는 뙤약볕 아래 매는 콩밭보다
더 힘든일이 녹두를 꺾는 일이라며
숙인 허리춤 사이로 꽃무늬 팬티를 보이며
아내는 투덜거린다.
“요놈의 녹두는 하도 예민해서 살짝 툭 건드리기만 해도
녹두콩들이 파다닥 성깔있게
내손에서 땅바닥으로 튕겨져 쏟아진다.“
그러자 녹두가 말을한다.
“밭주인 색시님, 최대한 허리를 숙여 예의를 갖춘 태도로
공손하게 나를 대해 준다면
색시 손안에 쏘옥 들어 가리다.”
아내는 이놈의 허리는 숙 이라고 생긴 것이네
집에서도 밭에서도 허리 펼 날이 없구나.
녹두만 바라본다. 녹두야 녹두야
녹두 콩이 떨어지면 우리색시 울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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