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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시인방

세인트 조지성당에 새로부임 하신 신부님

by 띤꾸 2021. 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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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내가 경험한 것으로는
본당에 후임으로 신부님이 오면
전임 신부님과 정반대의
성향을 가지고 오는 경향이 있다.
캐나다는 어떨지 후임으로 오신 신부님이 궁금했다.



새로오신 신부님은 백인 신부님이 셨고
마흔 중반쯤으로 보이고 뚱뚱하셨는데
특히 얼굴에 살이 많이쪄서
불독처럼 턱이 두 개같이 보였다.
신부님은 검은색 개를 두 마리를 데리고 있고
그 개는 사냥개처럼 털이 없고 매끈했다.
눈빛이 사납고 사람만 보면 짖어대고
사정없이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세인트조지 성당은 특이하게
신부님 숙소(사제관)가 성당 내부에 있는데
제대에서 내려와 바로 뒷 쪽으로 가면 된다.
조지성당은 수녀님도 없다.
수녀님이 하는 일(제대관리)은 신자들이
각자 나누어서 했다.
대부분 할머니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책임감 있게 잘 수행 하셨다.



새로 부임한 신부님이 한 달 정도가 되자
신자들의 불평이 나오기 시작했다.
신자들은 사냥 개 두마리가 하도 짖어서
사제관에 가서도 얘기를 할 수가 없을 정도라고 했다.
그러나 신부님은 개의치 않는 듯 사람보다
사냥개 두 마리와 돈독하게 지냈다.
어쩌면 신자들을 멀리 하고자 개를 키우는게 아닐까
'아주 지능적이군'
나는 마치 명탐정 홈즈처럼 생각했다.





어떤 날은 미사를 진행하는 도중에
개들이 하도 짖어대서 미사를 하는건지
개가 미사를 올리는 건지 분심 속에 미사를 마치곤했다.

(마음속으로는 저놈의 개쌔끼들 하고 한국말로 욕을했다)

그런데 캐나다에서 개도 짖을 때는
영어로 짖는 것 같았다.
스왈컹 워리워리 컹컹
스피킹 잉글리쉬 암튼 내 귀에는 그리 들렸다.


주일 오전 미사 중에 일이 터진거다.
미사를 진행하는 도중 사냥개 두 마리가
사제관을 탈출해서 성당 안에 난입 한거다.
그야말로 난장판, 개판인 거다.
검정 벨벗을 입은 것 같이
잘 빗기고 윤기가 반지르한 두 마리가 뛰어 나왔다.
이리저리 뛰다 물리면 죽을 것 같다.
신자들은 놀라서 도망가고
신부님은 제대에서 뛰어 내려와
개새끼의 이름을 부르면서 달려가 냉큼 잡아
사제관으로 데리고 갔다.
소란이 멈추고 정리가 되자
신부님은 다시 미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별로 미안함도 없이
그냥 "쏘리" 라는 한 마디가 끝이였다.


나는 이 사건 이후 사냥개 두 마리가
신부님과 얼굴이 닮았다는걸 알았다.
같이 살면 닮는다고 하더니 닮아가는가 보다 생각했다.




윈저에게 도그와 프리스트
세명이 닮았다고 얘기를 하자 "오우 " 라고 하면서
긍정도 부정도 아닌 표정을 지어보였다.

여기 완전 개판이네
나는 하늘아래
새로운 땅, 동네, 새로운 사람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서양의 이성적 사고에 대한 존경의
종지부를 찍었으니 참 다행이었다.

예수님을 따르는
동양인이든 서양인이든 어딜가나
세상에는 제 멋대로의 왕이 존재한다는
지극히 단순하고 거룩한 진리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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