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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시인방

아버지와 독버섯

by 띤꾸 2014. 7.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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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독버섯/김문수

 

아버지가 버섯을 캐왔다

벌써 두 번째

한번은 작년 봄 독버섯이 섞여있어 온가족 모두먹고 119 살려 갔다

그날 아버지는 버섯을 드시지 않았다 우리 많이 먹이실려고

동네 창피 망신살 봉성리 소문났네

두 번째

이번엔 잘 골라서 캐오셨다 안전 하다고 염려 말라시며

솔향기 흙냄새 맡으시며 미소 짓는다

침이 꼴깍 이번에야 혹시 또? 아버지를 믿어야지

내 동공 사이로 향기가 듬직한 버섯이 오간다

오빠,나,엄마 동시에 젓가락 휘리릭 먹어치우며

역시 아버지 흐뭇한 미소로 드시지않고 우리를 바라 보신다

버섯은 내장속으로 미끄러 들어가고 약간의 콩닥거림 씁슬함 뜨거움

새떼가 지나간다

내눈앞에 희뿌연 새떼가 지나간다

아버지 눈이 안보여 우룽쾅쾅 쫙쫙 소낙비 내린

어디선가 잉아잉아 119 싸이렌소리

아이 쪽팔리게 또야 나는 못살커라 울 아버지 믿음메

울 아버지 “ 내가 다시는 버섯을 캐오면 사람새끼 아니여 개새끼여!”

우리집 똥 강아지 영문도 모르고 싸이렌 소리에

멍 멍 짖어댄다

 

Photo by 이화정(제주 청수 곶자왈 )

시 설명 : 이 시는 실제로 제주 봉성리에 살고있는 원주민의 아버지 이야기를 시로 적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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