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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시인방

언니 알기를 개똥같이 안다

by 띤꾸 2022. 1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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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알기를 개똥같이 안다

점심을 먹고 한참을 밀감나무 왕빵과 시름을 하고 있는데  조선시대 산적두목 같은 복장을 하고 있는

명숙이 삼춘이 고래고래 소리를 친다

" 양 ~이제 너랑 얘기안하켜 언니 알기를 개똥같이 알아"
순간 찰칵찰칵 하는 밀감따는 가위소리와 동백꽃들의 살랑 거리만이 농장을 일렁거린다.

나는 큰소리로 "누가 우리 명숙이삼촌을 개똥같이 만들었어요!" 외쳤다.

밀감밭 8명이 작업하는 가위를 멈추고 웃음의 메아리가 밀감 이파리들과 출렁거리며 파도를 탄다.

깔깔깔, 하하

제주 귤따기

 


이유는 전기밥통 사건이었다.
명숙삼촌에게 영자 씨가 "언니 밥통에 밥을 해서 하루만 보온을 해도 어째 밥에서 냄새가 나요?" 그러자

명숙이 삼촌이 "밥솥에 밥을 넣고 보온하면 안 된다. 밥은 냉장고에 넣고 밥솥 전기코드는 뽑아야지!" 라며

얘기를 하늘도 중에 

영자 씨가 명숙 씨 말을 가로채버리며 말을 못 하게 해 버렸다.

화가 난 명숙이 삼촌이

"언니가 얘기를 하고 있는데 듣지도 않고 자기 말만 떠들어대고 언니 알기를 개똥같이 알아먹으니
난 다시는 얘기 안한젠!!"

그러자 컨테이너 박스에 담긴 밀감을 운반하던 농장주 아드님이 끼어들며 한마디를 거든다.

 "우리 집사람도 전기밥솥에서 밥을 하고는 밥을 계속 담아 놓지 않고 밥솥을 끄고 밥은 통에 담아서 두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아니 밥솥에 밥을 그냥 두고 전기를 꽂아두지 했더니" 그러면 밥에서 냄새가 난다고 하던데요" 

이 말에 힘을 얻은 명숙언니  "그것 봐 라게 언니말이 맞지? 끝까지 들어보지도 않고 아주 언니말을 개똥같이 알아!!"
큰소리를 친다. 밀감밭 밀감이 그 소리에 툭 떨어져 바구니에 담기며 우리는 웃는다.
"언니  미안하우다 이제 언니 알기를 개똥같이 알지 않을게요" 하하 

 

바람에 밀감나무가 흔들리고 하늘은 구름이 멈춰있고 나는 가지를 자르며 생각한다.
참 뽐내도 되는 아름다운 사람들과 함께해서 신나는 날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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