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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하는 궁둥이 빨래하는 궁둥이/김문수 빨래를 할때면 엄마는 즐거워서 궁둥이를 실룩쌜룩 춤추며 한다 엄마가 빨래하는 날은 엄마의 춤추는 엉덩이를 뒤에서 보는 것이 재밌었고 엄마가 빨래하는 것이 막 좋아서 춤추는 것인줄 알았다 세탁기를 두고도 꼭 애벌빨래를 한후 세탁기를 돌려야 한다며 신형 세탁기를 못미더워 하며 당신 팔의 치대고,빨고,짜는 기능이 더 세탁기의 모터보다 뛰어 나다며 팔뚝을 들어올려 보이신다 딸의 손주 기저귀를 빨면서“고놈 잘도 오줌을 싸댄다 말이야 잘도 먹고 잘도 싸니 아까운 내새끼 빨래줄에 기저귀가 가득이라“ 엄마는 큰 엉덩이를 위아래 흔들흔들 거리며 빨래를 하고 수돗가의 수돗물이 시원하게 칼칼 흘러 기저귀 엥굼 다라이에 넘친다 나도 크면 엄마처럼 저렇게 큰 엉덩이를 닮을 것인가 조금은 걱정 스럽다 고장.. 2014. 7. 14.
동래파전 동래파전/김문수 휴일이다 봉성리 화장이네 어머니 밭에서 쪽파작업을 해보니 신났다 쪽파껍질 벗기는 바람기계 치치 엑셀 발 듯이 밟으면 머리껍질을 쏴 낚아채 가버린다 신기하다 바람기계 “나도 쪽파 농사 지어야지 푸르다 푸른 쪽파야“ “오냐, 여기다 텃밭에다 해보거라 요놈의 아가씨야 쪽파가 그리 만만하냐 맵다 매워“ 쪽파는 후라이팬에 일렬로 가지런히 누워있고 사이사이로 오징어 머리 다리가 끼어있다 노릇노릇 마지막에 탁 깨어넣는 달걀 퍼지며 동래파전 동네 사람들 바람기계 타고 우리집에 다모였네 photo by :이화정 시 설명: 봉성리에서 쪽파 작업을 함께 하면서 지은 시 입니다 2014. 7. 13.
축제의 날 부모님 직장에 간다. 어둔술 농장 종이컵에 봉달이 믹스 커피 한잔 타 주시며 손님 대하듯 한다. 오랜만에 찾아가니 이런 호사를 누린다. 가끔 보면 좋은 사이가 된다. 종이컵이 없는지 사용했던 종이컵을 수돗물을 틀어 콸콸 헹구어 낸다. 누렇게 커피 자국이 그대로 있다. 이빨 자국도 그대로 있다. 이걸 마셔? 미적미적 하며 얼른 마시지 못하는 내 모습이 영 서운했는지 “커컬 한척 하지마라!”(깨끗한 척 하지마라) 하며 일침을 놓는다. 독약 마시듯 목구멍 안으로 잘 내려가지 않는다. 눈을 마주쳐 잘 마시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 같은 엄마의 눈살에 홀짝홀짝 마셔본다. 커피 마시는 날 두고선 창고 안으로 부지런히 들어가신다. 검정 봉달이 한 장과 칼을 들고 나오자. “뭐 하려고?”여쭤보니 “간새하지(게으름피우지 말.. 2014. 7. 11.
이주노동자의 비빔밥 이주노동자의 비빔밥/김문수 밤 바다 달 비벼서 먹는다 이런 것 저런 것 섞어 비빈다 비빔밥 밤과 펄럭 펄덕 거리는 깃발 새벽3시 이주 노동자 비빔밥을 먹는다 그물에 걸린 조기 새끼 두 마리 가 헐떡 거리며 튕겨져 나온다 그물과 깃발과 조기가 한 몸둥이로 비빈다 비벼 비벼서 먹는다 짠 땀 짠 눈물 짠 그리움 비벼서 먹는다 짠 비빔밥 photo by 김문수(시의 주제가 된 제주도 한림항) 시 설명 : 제주 한림항에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이 일을 하고 있습니다 남의 나라땅에서 열심히 일하는 노동자들 그들의 짠땀이 있어 대한민국의 식탁이 픙요로울수 있음에 참 고마운 마음으로 적은 시 입니다 2014. 7.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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