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367 운명의 멱살을 잡고 두레박 팔자라는 말이 있다 자기 운명을 스스로 선택 할 수 없고 주인을 잘 만나야 한다는 뜻으로 쓰이는 말이다 오늘 밀감따러 간 밭은 지금까지 본 밀감밭 중에 제일 큰 팔천평 이다 마치 밀감나무에 주렁주렁 열려있는 밀감이 어서오라며 나뭇가지랑 주황의 밀감을 흔들어 대며 인사를 한다 나무는 키도 크고 풍채가 좋아 가지가 여기저기 뻗어있다 한참을 밀감을 따다보니 옆 나뭇가지가 내가 따고 있는 밀감나뭇 가지랑 뒤어 엉켜있다 서로 머리가 뒤엉켜 있듯 어지럽다 밀감나무는 마치 운명의 멱살을 잡고 있는것처럼 보인다 그러면 마치 내 멱살을 잡고 놓치 않으려고 한다 한참을 나무와 실랑이를 벌이다 겨우 나무에게서 멱살을 풀었다 휴 큰한숨 이 나온다 이 녀석 참 힘도 좋구나라며 나무를 바라보니 복도없이 주인을 잘못 만났구.. 2020. 12. 9. 로보트 같은 할매 밀감 밭 주인 할매는 로보트 같다 150cm되는 작고 왜소한 체격에 앞 이빨은 보철을 하고 있다 하루 종일 밀감을 나르고 다니는 모습이 표정 없는 로보트랑 닮았다 할매가 등에 밀감 소쿠리를 지고 내 앞을 지나가면 말을 걸어보지만 할매는 들은 척 못들은 척 척척 일만 일만 한다 그런 로봇같은 할매에게 할매 밤에 잠잘 때 혹시 아프지 않으세요라고 묻자 갑자기 지고 있던 밀감 바구니를 확 내리더니 동작을 멈추고 나를 째려본다 난 이것만 마시면 후덜거리는 다리도 꼿꼿해지고 밤에 안 아프고 잠도 잘자! 라며 박카스를 들어 보인다 하루에 두 번을 나누어 마시는데 오전에 반 병 잠잘 때 반 병 매일 이렇게 딱 한 병만 마시면 힘이 불끈 나지한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을 뱉는다 난 박카스 중독자야 ! 박카스만 있으면 되지.. 2020. 12. 8. 아기천사 건조대에 빨래를 넌다. 엄마가 빨래를 탁탁 털어 건조대에 걸치니, 두 돌이 채 안된 딸도 엄마를 따라 빨래를 탁탁 털며 건조대에 널어준다. 건조대에 빨래가 널어져 있는 모습을 보곤 하나 하나 가르키며 엄마꺼는 엄마꺼, 아빠꺼는 아빠거, 예은이꺼는 예은이꺼 랩을 하듯 재빠르게 읊는다. 엄마가 세탁 바구니에 있는 파란색 체크무늬 시장 가방을 타악탁~~털어 건조대에 넌다. 예은은 시장 가방을 보자, 갑자기 얼굴에 화색이 돌며 아빠를 만나 기쁜 듯 아빠꺼! 아빠꺼 한다. 갑자기 웃음이 났다. 시장가방은 아빠꺼. 월화수목금토일 가사일은 괜히 나 혼자 다 하는 것 같아 억울하고 기분 나쁜 감정이 마음안에 조금씩 쌓여가고 있었다. 그런데 예은이 시장가방 보면서 "아빠꺼!" 하는 순간 '그래 맞어, 자주 시장도 봐주지.. 2020. 12. 7. 반지야 안녕 작년에 십 년 근속으로 금반지 두 돈을 받아 퇴사를 했다 삼십대 후반에 광주 직장에서 받은 금반지 한 돈을 합쳐 오늘 금방에 팔려고 갔다. 혼자 금방에 가는 것이 쑥스러워 은선샘이랑 동행을 했다 팔려고 내놓은 반지를 보며 반지 속 깊이 새겨있는 이야기를 듣더니 은선샘이 이 반지는 내가 사야겠다라며 반지를 손에 끼자 딱 맞다. 내 손이 아주 작아 좀 더 크게 맞춘 반지였는데 임자가 따로 있었다 현금으로 돈을 받고 집으로 돌아와 반지가 없는 빈 각을 쓰레기통에 버리자 마음이 울컥해진다 그게 뭐라고 금반지가 아니라 나의 노동과 일터의 기쁨과 슬픔이 그 반지랑 있었던 것이었다 내가 미쳐 알지도 못했던 감정이 반지 속에 있었다 누구를 줄 걸 그랬나 조카를 줄 걸 그랬나 생각 해보았지만 아니야 선 뜻 나의 반지와 .. 2020. 12. 6. 이전 1 ··· 73 74 75 76 77 78 79 ··· 92 다음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