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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독버섯 아버지와 독버섯/김문수 아버지가 버섯을 캐왔다 벌써 두 번째 한번은 작년 봄 독버섯이 섞여있어 온가족 모두먹고 119 살려 갔다 그날 아버지는 버섯을 드시지 않았다 우리 많이 먹이실려고 동네 창피 망신살 봉성리 소문났네 두 번째 이번엔 잘 골라서 캐오셨다 안전 하다고 염려 말라시며 솔향기 흙냄새 맡으시며 미소 짓는다 침이 꼴깍 이번에야 혹시 또? 아버지를 믿어야지 내 동공 사이로 향기가 듬직한 버섯이 오간다 오빠,나,엄마 동시에 젓가락 휘리릭 먹어치우며 역시 아버지 흐뭇한 미소로 드시지않고 우리를 바라 보신다 버섯은 내장속으로 미끄러 들어가고 약간의 콩닥거림 씁슬함 뜨거움 새떼가 지나간다 내눈앞에 희뿌연 새떼가 지나간다 아버지 눈이 안보여 우룽쾅쾅 쫙쫙 소낙비 내린 어디선가 잉아잉아 119 싸이렌소리 아.. 2014. 7. 11.
봄날은 갔다. 봄날은 갔다/ 김문수 주머니 속 애인 처럼 이름이 삼성 마이마이 였던가 팔만원 앞으로 감기 뒤로 감기,반복,재생 해서 듣기 너는 기계였지 사람이 아니고 분명 기계였어 느꼈어 주머니속의 감각 귓곳 음표들의 움직임 새 세상을 가져다 주었지 너 은색의 두꺼운 무전기가 되어 이제 박스 속에 갇혀 버렸어 차갑게 돌아선 애인 처럼 텅텅 비어버린 스텐레스 그위에 노래 부른다 늘어진 테잎 처럼 내가 너를 부른다 봄날은 갔다 2014. 7. 10.
청춘 청춘 (2013. 8) 여름이 다가기 전 어르신들을 모시고 일일캠프에 다녀왔습니다. 편백나무 숲에 가만히 누워 산새 조잘되는 소리에 낮잠이 스르르 찾아옵니다. 한숨 자고 일어나, 두 어르신의 대화가 사뭇 진지합니다. 옥O 어르신 : 그러니깐 아주망은(아주머니) 몇 살 쯤이나 됬었우꽈?(되었습니까) 창O 어르신 : 난 이제, 90이 넘어 100살이 다 되어 감수다. 그럼, 아주망은(아주머니) 몇 살이나 되엄우까?(되십니까?) 옥O 어르신 : 난 머리는 이리 하얗게 되어도 70이 넘었습니다. 창O 어르신 : 아고~~청춘인게~~ 우린 늘 청춘을 살고 있는 현재 진행형인데, 지나고 난 세월에 대해서만 많이 아쉬워 하고, 후회를 하죠~ 어르신들의 대화에,,, 머리를 한방 맞은 듯 한 느낌입니다. 2014. 7. 10.
모기장과 쪽파집 모기장 안에 모기소리가 들려오면 손은 소리를 쫓아 부지런히 움직이며 모기를 잡는다. 귓불에서 들리면 귀를 한 대 치고, 뺨 위에서 들리면 뺨을 한 대 친다. 까만 모기장 안에서 윙윙 맴돌던 모기는 좀처럼 잡히지 않는다. 몇 번 허공에 대고 헛손질 하던 손이 잠잠해지면 모기는 제 집처럼 자유롭게 움직인다. 모기로부터 보호 받으려고 모기장을 쳤지만 제 역할을 제대로 못해 모기로부터 습격(?) 받았던 기억이 새록이 떠오른다. 굼벵이 모양의 겨울 쪽파 집 눈과 바람으로부터 보호하여 푸른 색 띄는 최고의 상태로 떠날 준비를 위해 스타킹을 씌워졌다. 보호해 주려고 씌어 주지만 쪽파는 눈 내리는 집 밖 세상이 어떤 세상인지 궁금해 빼 꼼 얼굴을 내민다. 모기를 피해 모기장 안으로 들어간 나. 눈 오는 흰색 풍경이 궁.. 2014. 7.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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