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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에너지 모두가 잠든 밤, 시계만 째깍째깍 내일을 향해 움직이고 있다. 책상위에 놓아둔 핸드폰 진동소리는 파장이 되어 깊은 밤을 깨운다. 드르르륵...드르르륵... 언니의 전화. “자는 것 같은데 미안.” “아니, 괜찮아. 근데 이 밤중에 무슨일로?” “별일 아니고, 혜리가 울면서 이모랑 영상통화하고 싶데. 늦어서 내일 하자고 해도 울음이 멈추지 않아” “아~ 그래? 그럼 1분만 있다가 내가 전화할께” 주섬주섬 잠옷위에 외투를 걸쳐 입는다. 이왕 통화할거 책상위에 책도 펼쳐 놓는다. 영상통화 버튼을 누르니 조카는 해맑게 웃으며 “이모 안녕!”하고 손을 흔든다. “웅, 안녕. 뭐하고 있었어? 이모는 지금 책 읽고 있었는데....” 하며 책상위에 셋팅 된 책을 보여준다. “혜리도 책 읽었어요.” “그래? 그럼 이모한.. 2014. 11. 26.
10m 자유 두 할아버지가 손을 잡고 걷습니다. 둘은 아무 말이 없습니다. 휴게실 소파에 한○현 어르신이 앉아계십니다. 기도를 하듯 지팡이에 의지한 채 고개를 푹 숙여 있습니다. 푹~내뱉는 한숨소리, tv에서 ‘전국노래자랑’이 나와도 박수는 쳐지지 않습니다. 한○현 어르신은 당뇨병을 앓고 있습니다. 합병증으로 시력을 잃자 요양원 내부 환경은 새로운 모습이 되어 느낌만으로는 원하는 장소를 찾을 수 없습니다. 벽 모퉁이에 부딪혀 이마가 퍼렇게 멍이 들고, 휠체어를 타고 지나가는 어르신과 부딪히길 여러 번. 혼자 할 수 있다던 마음은 온데간데없고 퉁명스럽게 변하는 모습에 동료 어르신은 낯설기만 합니다. 어떤 형태도 느끼지 못하자 툴툴 하시며 했었던 식사하기, 걸음운동, 산책 등도 이제 안 하시겠다며 모든 것은 방에서 해결.. 2014. 11. 25.
윗세오름 김치국물 윗세오름 김치국물/김문수 윗세오름 컵라면을 혼자앉아 먹는데 젊은 처자 두명이 지들도 컵라면을 먹으며 자꾸 나를 째려본다 왜 째려봐 궁시렁 거리며 비닐에 싸간 김치에 후루룩 너무 맛있다 젊은처차 힐끔 힐끔 자꾸 쳐다보며 뭐라 얘기 하는 눈치다 시펄,빨리먹고 가야지 재수없네 까마귀 까악 카악 급하게 먹고 일어 서자 젊은 처자 쭈뻣거리더니 한명이 왔다 "저 아줌마 죄송한데요 버린 김치국물 저희좀 주시면 않될까요" 헉 !아줌마에,버린국물 달라고 시펄 먹다 버린 김치국물을 먹으려고 하네 "고맙습니다" 비닐에 든 김치국물 두 처자 마시며 맛있게 먹는다 양,별일이다 김치국물 얻어 먹는 저 쌔련된 도시 처자들 어디서 저런 용기가 요새 애들 쪼매 이상해 한라산 영실이라 명품 김치국물이네 2014. 11. 17.
장가계에서 신선을 만나다 장가계에서 신선을 만나다/김문수 1.상해에서 비행기를 갈아타고 장가게 에 내리자 50년만의 눈이 내렸다 눈은 마치 벚꽃처럼 휘날리며 버스 유리창을 이리저리 때리며 앞서 나간다 꿈을 꾸었다 두 개의 봉우리 작은 봉우리 큰 봉우리 사이로 신선이 나타나서 노루랑 놀고 있었다 나를 보며 저 산을 보여 주겠다고 하며 산을 가르치자 안개가 걷히고 산봉우리가 깨끗하게 보였고 꿈이 깼다 2.장가계 아침 이다 밤새 산이 내 앞에 내려와 펼쳐져 있다 산이 이렇게 내려 올수도 있구나 눈 덮인 산이 북극 곰 처럼 앉아있다 황석채에 서니 순간 안개가 바람에 밀려 산 아래로 내려가고 봉우리 봉우리들이 장암한 모습을 드러내고 원숭이 가족들이 과자봉지를 들고 집단행렬의 모습을 보인다 신선이다 일행이 내려간 후 신선께 감사의 절을 올.. 2014. 1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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