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은 성당에 미사를 보러가는데
집에서 걸어 10분 거리였다
하루는 주일 미사가 끝나자 커다란 귀걸이를 하고
안경을 낀 캐나다 할머니가 나에게 다가왔다
그리고는
너 어디서왔니?라고 물었다
코리아라고 하자 안경 너머로 신기하다는 듯이
사우스 코리아?라고 다시 물었다

나는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이 사람들이 바보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아니 그럼 노스 코리아 공산 국가에서 이렇게
자유스럽게 공부하러 온다는 게 말이 되는
소리를 물어야지라며 약간의
빈정거림의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오똑한 코에 걸린 안경을 끌어
올리며
오케이라고 말하더니 획 가버렸다

다음주 미사를 마치고 나오자 그녀는 짧은 귀거리를 반짝거리며 나에게 또 다가와서는 이번에는
너 이름이 뭐냐고 물었다
나는 코리아 네임은 문수고
영어 이름은 로렌시아라고 하자
오우, 로렌시아 뷰티풀 네임이라고 하더니
내 볼에 입 맞춤을 해주며
따뜻한 포옹을 했다
자기 이름은 윈저고 영국 이민자며 69세라고 했다
나는 마음이 훈훈해지는 게 느껴져
윈저에게 학교 수업이 끝나면 집으로 찾아가
프리토킹을 할 수 있게 청했더니
고개를 단오히 흔들며 노우라고 거절을 했다
이 할매 참 냉정 맞구나 다정하게 말이나 하지말지라며 속으로 투덜거렸다

윈저는 사운드오브뮤직에
나오는 주인공 줄리앤드류스가 할머니가 된 모습 같이 예쁘고 사랑스럽게 생겼다
일주일 후 다시 성당에서 만나자
윈저는 자기집으로 방과 후에
프리토킹 하러 오라고 나를 초대했다
지난번에 거절한 이유는 자신이
독신으로 사는 여성이라서 함부로 사람을
집에 초대하지 않는데
너는 계속 지켜보니 위험 인물이 안 되는 것 같다
그러니 내 집에 너를 초대한다 라고 깔깔 웃으며
개구장이처럼 말했다

이렇게 뜻하지 않게
윈저할머니랑 친구가 되었고
학교가 끝난 오후 4시쯤에 집으로가서 그날 배운 수업내용을 영어로 얘기했다
이상한 내 영어발음에도
귀를 귀울려 들으려고 하는 윈저할머니의 태도를 보면
존경스럽고 감사했다
그리고 그녀는 담배 피우기를 무척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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