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김문수시인방

노란장갑의 정겨움

by 띤꾸 2020. 12. 18.
반응형

 

점심을 먹고 밀감 밭으로
돌아오니 벗어 둔 노란 장갑이
정답게 느껴진다

 


손에 끼고 있을 때는
몰랐는데 벗어서 컨테이너 박스 위에 있는 걸 보니
장갑 안에 내 손이 들어 있는 것 같아 내 손을
쳐다보게 된다

 

 

 


17일 동안 밀감을 따준
노랑 장갑을 내일이면 이별을 한다.

저 많은 바구니에
출렁거리듯 채워 준 밀감을

 

 


보라
다 너의 그 노란 입김으로부터

온 충실함이다.

 


벌써 다 헤져서 두 번째 낀 장갑이다

여기저기 구멍이 뻥뻥 난 걸 보며

새 것으로 바꾸었다

장갑을 바꿀 때 마다
정이 들어 버리기가 주춤거려진다

 

 

 


나는 이렇게 오십이 넘는 나이에도 

사물에 정을 때기가 어렵다

 

 


내일이면 노랑 장갑과도,


노랑색 장갑이 가진 기억과도
안녕 해야지

 

 

노랑색 장갑아 안녕...

반응형

'김문수시인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밀감을 따며 즐거웠던 그 순간  (3) 2020.12.22
노동의 기쁨은 어디에서 오는가  (3) 2020.12.21
루이스 글릭의 시 눈풀꽃  (0) 2020.12.17
멈춤  (4) 2020.12.16
남의 덕으로 사는 삶  (7) 2020.12.15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