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점심을 먹고 밀감 밭으로
돌아오니 벗어 둔 노란 장갑이
정답게 느껴진다
손에 끼고 있을 때는
몰랐는데 벗어서 컨테이너 박스 위에 있는 걸 보니
장갑 안에 내 손이 들어 있는 것 같아 내 손을
쳐다보게 된다
17일 동안 밀감을 따준
노랑 장갑을 내일이면 이별을 한다.
저 많은 바구니에
출렁거리듯 채워 준 밀감을
보라
다 너의 그 노란 입김으로부터
온 충실함이다.
벌써 다 헤져서 두 번째 낀 장갑이다
여기저기 구멍이 뻥뻥 난 걸 보며
새 것으로 바꾸었다
장갑을 바꿀 때 마다
정이 들어 버리기가 주춤거려진다
나는 이렇게 오십이 넘는 나이에도
사물에 정을 때기가 어렵다
내일이면 노랑 장갑과도,
또
노랑색 장갑이 가진 기억과도
안녕 해야지
노랑색 장갑아 안녕...
반응형
'김문수시인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밀감을 따며 즐거웠던 그 순간 (3) | 2020.12.22 |
---|---|
노동의 기쁨은 어디에서 오는가 (3) | 2020.12.21 |
루이스 글릭의 시 눈풀꽃 (0) | 2020.12.17 |
멈춤 (4) | 2020.12.16 |
남의 덕으로 사는 삶 (7) | 2020.12.1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