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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시인방

막걸리 한 잔

by 띤꾸 2020. 1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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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농부 일이 좋은 것이 

점심 먹을 때 반주로 막걸리 한잔을 할 수 있다는 기쁨 때문이다
삼 일째 밀감을 따는데 로보트 할머니 한테서

막걸리 얻어 먹기는 힘들어 보였다

 

 


이런 내 마음을 알고 같이 일하는 복선씨가  요구를 했다

삼춘(할머니를 부르는 호칭) 점심때랑 막걸리 한 병 줍서라고 했다

 

 


할머니가 옮기던 손수레를 탁 놓터니

막걸리 먹엄쑤꽈?(막걸리 먹어요)

막걸리 먹으면 미깡(밀감)쑤셔서 안 돼마씸(안됩니다)한다
즉 술을 먹으면 취해서

밀감 따는 가위로 밀감을 쑤시면 못쓰게 돼서 안된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술은 입에 대지도 않은 복선씨

여기서 질 수는 없다는 듯 큰 목소리로
"무슨 막걸리를 단지채로 먹음니꽈?(먹습니까)

딱 한잔 마시는데 난 막걸리 안 먹으민 일은 못 하쿠다(못합니다)

힘 없어서(힘이 없어)
라고 말을 한다

 

 

 

할머니 또 로보트처럼 못 들은 척 뚜벅 뚜벅  걸어 가 버렸다
나는 나 땜에  괜한 소리를 듣게 했구나 싶었는데
복선씨 "아 일꾼이 막걸리 한 잔 달라면 줘야지
마셔야 힘도 나지"
하면서 웃었지만 나는 미안했다

 


드디어 점심때 가 되었다

아마도 할머니는 박카스로 때울꺼라 백프로 확신을 했다

 

 


그런데 와우,

제주 막걸리 한 병이 현관 입구 쪽 국화 꽃 위에  딱 올려져 있다
로보트 할매 고마워요
오늘 점심은 시원한 제주 막걸리 한 잔에 행복하겠다

 

 

 

나의 밧데리는
막걸리 한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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