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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밀감을 따러 가기 위해
동네 영진 철물점 앞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은선샘이 멋진 쌍용 렉스턴 트럭을 타고 나타난다
나는 골목에서 5분 정도를
서성이며 기다리는데
그 시간의 영진 철물점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생각한다
철물점을 운영하시는 할아버지는
치매가 있는 할머니를 모시고 있다
언젠가 철물점에 벽걸이 선풍기 걸이를 사러 갔다가
두 분의 모습을 보았다
방안 휠체어에 할머니를 앉혀두고
할아버지가 식사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할머니는 가만히 어린 아기처럼
할아버지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마음이 좀 울컥했다
노 부부가 서로를 의지하며 견디어내는 사랑은 아름답다
그 이후로 나는 철물점에 가끔씩 들러
빵이랑 음료수를 드리곤 했다
할아버지는 나를 잘 알지 못한다
나는 그냥 오렌지 굴뚝이 있는 집에 살아요 한다
할아버지는 참 고맙다고 한다
오늘 아침 동새벽 겨울 바람을 맞고
영진 철물점 앞에 서 있는 나는
두 분이 오래오래
사시기를 기도한다
저 멀리 렉스턴의 불빛이 달려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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