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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시인방

영진 철물

by 띤꾸 2020. 1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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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밀감을 따러  가기 위해

동네 영진 철물점 앞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은선샘이 멋진 쌍용 렉스턴 트럭을 타고 나타난다
나는 골목에서 5분 정도를
서성이며 기다리는데

그 시간의 영진 철물점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생각한다

 

 

 


철물점을 운영하시는 할아버지는

치매가 있는 할머니를 모시고 있다
언젠가 철물점에 벽걸이 선풍기 걸이를 사러 갔다가

두 분의 모습을 보았다
방안 휠체어에 할머니를 앉혀두고

할아버지가 식사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할머니는 가만히 어린 아기처럼

할아버지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마음이 좀 울컥했다
노 부부가 서로를 의지하며  견디어내는 사랑은 아름답다

 

 


그 이후로 나는 철물점에  가끔씩 들러

빵이랑 음료수를 드리곤 했다

할아버지는 나를 잘 알지 못한다

나는 그냥 오렌지 굴뚝이 있는 집에 살아요 한다

할아버지는 참 고맙다고 한다

 

 

 


오늘 아침  동새벽  겨울 바람을 맞고
영진 철물점 앞에 서 있는 나는
두 분이 오래오래
사시기를 기도한다
저 멀리 렉스턴의 불빛이 달려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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