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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시인방

왕빵 과 꼬다마

by 띤꾸 2020. 1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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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감의 최상 상품의 돈이 되는 크기는 

탁구공보다 조금 큰 크기이다
잡으면 손에 쏙 들어오며 빛깔이 곱고

껍질이 주황빛으로 매끈거리며 상처가 없어야 한다

 

 

 


나는 때때로 큰 나무위로 올라가 무성한 나뭇잎들 사이의

귤과 씨름을 하며 따지만

껍질에 상처가 나지 않도록 조심한다

제주 원주민들은 밀감 사이즈가 큰것을 왕빵이라 하고

아주작은 사이즈는 꼬다마라고 부른다
이름을 부를때는 꼭 불어같이 예쁘다
왕빵과 꼬다마는 상품으로
팔지 못해서 음료수용으로 대량 판매가 되어 돈이 안 된다 

인부에게 줄 품삯도 안 되지만 밀감을 다 따야

내년을 기약할 수 있어 어쩔수 없이 밀감을 따는것이다

 

 

 


밀감을 딸 때에는 돈이 되는 상품을 따서 넣는 바구니와

비상품(왕빵과 꼬다마)을 넣는 바구니 두개를 나란히 놓고 선별을 하면서 작업을한다

 


가위에 온 정신을 집중해 밀감을 따서 바구니에 넣다가

갑자기 내 자신의 행동을 보고 좀 놀라는 일이 생겼다

 

빛깔좋고 크기도 아담하고 예쁜 밀감은
고이따서 바구니에 쌀짝 넣더니

왕빵이나 꼬다마 밀감을 딸때는 휙 따서

거칠게 쿵 하고 바구니에 던져버리는 것이다

 

 


무의식적인 나의 행동에 왕빵과 꼬다마 밀감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나는 밀감 따는 작업을 멈추고 나무에서 내려왔다

 

 


잠시 왕빵과 꼬다마를 소쿠리 위에 올려놓고 바라보며 생각을 했다

올해 그 큰 태풍 세 개와
54일 간의 긴 장마를 이겨낸 왕빵과 꼬다마다
가만히 바라보니 왕빵은 큰 공같이 둥글둥글 웃고있고
꼬다마는 작은 콩처럼 동글동글 웃고 있는 것 같다

 


내 인생은 아마도 작은 꼬다마 밀감과 닮은 듯 하다
키도작고 발도 작고 손도 작으니 우리는 친구 같다는 마음이 들었다
나는 다시 나무 위로 올라가 딱 달라붙어 있는
왕빵과 꼬다마 밀감을 따서 조심스럽게
바구니 속으로 톡 집어 넣는다

 

 

세상에 못난이 밀감은 없는 것이다

못난 생각만이 존재 한다는 것을 나는 깨달았다

 

 

왕빵아 꼬다마야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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