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학급에 아이티출신 흑인 학우가 있었다.
부인은 러시아 출신이며 아이티 국가 장학생으로
러시아에서 유학하던 중 만났다고 했다.
이 부부 는 학교에서 만나면 서로를 모른 척 지나쳤다.
학우 한 명이 여 학우들만 집에 초대를 한 적이 있었다.
우리는 각자 자신이 먹을 과자랑 맥주를 어깨에 메고 갔다.
마침 러시아 그녀도 초대 받아 와 있었다.

한참을 떠들고 이야기 하다가 내가 그녀에게 물었다.
"너왜 학교에서 허즈번드를 보면 쌩까느냐 .."이렇게 물었다.
그녀는 내게 "결혼이라는 게 그런거 아니냐?
젊을 땐 열정이 타올랐지만 나이들면 서로에게 관심도 없어지고 티비 채널만 돌리는 보링하는 사이야 "라며
불쾌한 기분을 비추었다.
자신은 난민 신청만 받아지면 이혼하고 퀘벡으로 가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계획이라 했다.
그리고 얼마 후 부부는 난민 신청이 받아 들여졌다.
그녀는 딸을 데리고 퀘벡으로 가버리고
그 학우 아저씨는 아들을 데리고 남았다.
열심히 공부를 했고 영어성적도 좋아
레벨6, 7을 금방 따라 잡았다.
자신은 다시 대학을 진학 하겠다고 했다.
아이티에서 중산층으로 잘 살았는데 정치적 혼란으로
매일 총격전과 전쟁터 같은 삶이라고 했다.
자식에게 이런 고통을 주고 싶지 않아
난민 신청을 했으며 부인은 자유롭게 자신의
길을 가도록 했다고 말했다.

멋있다 헤어짐도 인터네셔널하게 쿨하다.
영어, 불어, 러시아어 3개 국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인터네셔널하며 부러운 부부의 삶이
슬픈 비극 같지만 강렬하게 빛나는 살아있는 인생같다.
떠나올 때 그와 악수를 나누는데
손의 촉감에 깜짝 놀랐다.
그 큰 흑인 아저씨의 손이 그토록
부드러운 아기손 같았다 .
스마트한 그 아저씨 분명히
새로운 삶을 잘 발견했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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