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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가는 KTX 꺼구로 가는 KTX/김문수 울산에서 안동으로 가는 비둘기호 기차가 있었다 7시간 이상은 가야 안동역에 도착한다 기차는 역마다 모두 정차하여 보따리를 들고 기다리는 할머니와 강아지를 태우고 장터로 가는 장사꾼들도 많았다 어릴적 이지만 천천히 역 마다 정차하는 기차를 타는 것이 재미 있기도 했지만 너무나 천천히 가는 장시간이라 짜증이 나기도 했지만 우리 어머니는 그 비둘기호 기차를 타시는 것을 무척 좋아 하셨다 30대 서울에서 고향인 울산을 오고 갈때는 빠른 새마을호를 타고 다니며 편안한 좌석과 빠른 속도감에 산의 풍경을 감상하는 즐거움이 꽤 좋았다 빠르니깐 좋다 속으로 흥얼 거리며 노래를 부른다 40대에 초고속KTX 기차가 등장을 했는데 기차표가 워낙 비싸서 조금 싸게 타기위해서는 거꾸로된 방향으로 좌석을.. 2014. 8. 25.
니가소가 니가소가/김문수 제주 중산간 산골 마을에 추석을 보내시러 아버지가 오셨다 심심 하셨는가 보다 어머니께“여기서 일년만 살면 죽겠다”고 하셨단다 마흔을 훌쩍 넘긴 딸이 혼자서 산중생활 잘 하는 것이 이상하신 모양이다 팔십이 되신 아버지는 아직도 자전거를 타고 사람들속을 누비고 다니셔야 세상사는 맛이라 하시네 “니는 여가 뭐가 그리좋노” 물으신다 “풀이요 바람에 쓰윽쓰윽 거리는 풀보는 재미요” 아버지가 니가 소가 하신다 나는 소처럼 웃는다 내년 추석은 소가 아닌 사람이 되어 아버지 집으로 가야겠다 내 명줄이 줄어들고 아버지 명줄을 길게 해드리는 것이 효도 일 것이다 길건너 목초들이 길게 목을 빼며 바람에 쓰르륵 답을 보낸다 2014. 8. 21.
참기름 참기름/김문수 뙤약볕 아래 퉁실퉁실 깨익는 소리 들리고 바쁜 아버지 손이 스프링 쿨러 사이로 깨꽃처럼 하얀 이를 드러내며 “어이구 구수한 것” 깨를 툭 친다. 아직 채 여물지도 못한 깨를 바라보며 입맛을 다시는 아버지 코 끝으로 참기름 냄새가 지나간다. 참깨를 털어 참기름을 뽑아오던 날 날계란 노른자 두 개에 참기름 두 숟가락 컵 속에 넣고 저어 목으로 후룩 넘기시며 “보약이야, 보약”하신다. 아버지 깨꽃처럼 박 터트리듯 웃으시며 말씀하신다. “느도 촘지름 한 병 주커메 허루왕 깨 비라이!” (제주어 해석:너도 참기름 한병 줄테니 하루와서 깨 비어라" 2014. 8. 9.
청수 곶자왈 청수 곶자왈은 동네 이웃집에 가듯이 대문을 열고 들어가야 합니다. 대문을 열고 들어간 다음엔..꼭꼭 문을 닫아 잠궈줘야 한다고 지나가던 할아버지가 말씀해 주셨습니다. 말들이 대문 밖으로 나오면..말들을 찾으러 가야 된다고...ㅋㅋ (이런 수고스러움은 덜어 드릴 수 있어요^^) 곶자왈에 도착하면 청록의 숲보다 말들이 먼저 반겨 줍니다. 초롱초롱한 눈을 마주치며 잘, 왔다고, 편히 쉬라며..두팔 벌려 환영해 줍니다. 환영의 인사로 눈을 채 마주치기도 전에 여기저기 말의 똥이 보입니다. 그리 반갑게 맞이해 주니 똥은 그저 똥일 뿐 냄새는 숲 속으로 훌~~훌 날아가 줍니다. 몸에서 갓 나온 말똥. 둥지에 낳은 알처럼 동글동글, 크로바 둥지에 모여 있는게.. 말이 알을 낳은 줄 알았습니다. 질겅질겅 껌을 씹고 있.. 2014. 8.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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