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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당 7만원을 받고 처음으로
밀감농장에 밀감따러 갔다
농장에 7시에 도착 하려면
집에서 5시에 는 일어나서 몇겹에 옷을 껴입고 6시에 나섰다
겨울이라 어둡다
우리동네 금능은 가로등이
도시처럼 훤하게 많지 않아 캄캄하다
제주에서 일년내내 계절에 상관없이
바람이 세차게 부는곳을 바람고지 라고 부른다
오늘 밀감 농장은 그 바람고지 대평리이다
동새벽 이다
동이 트기시작 하는 아침을 제주사람들은 동새벽이라 부른다.
농장으로 가는도중에 먼동이 튼다
노동의 힘듬과 기쁨중에 동트는 해를 맞이하는 몸은 기쁨이 더 크다
새벽녘 사물의 움직임과 색깔은 낯설기 때문이다
도착하자 마음씨 좋아 보이는 농장주가 불을 피우고
나는 몸을 녹인후 쫑가위를 들고
장갑을 두개를 이중으로 끼고 밀감을 따러 간다
톡톡 찰칵찰칵 쪽가위질과 윙윙 바람소리만이 침묵을 깨운다
주렁주렁 나무가 바닥에 닿을 듯 열려있는
밀감을 보면 애처롭다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기까지 참 애썼다.라는 말이 나온다.
나뭇가지를 당겨 밀감을 한 손으로 잡고 가지를 톡 자르면
고운 밀감이 내 손에 얹어진다.
다 따준 나무는 다시 생기를 찾으러 하늘로 쏫구쳐 오르듯이 날아오른다.
나는 나무랑 같이 파란 하늘을 쳐다보며 콧물을 닦는다.
그리고
바람고지에 서서 바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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