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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시인방101

참기름 참기름/김문수 뙤약볕 아래 퉁실퉁실 깨익는 소리 들리고 바쁜 아버지 손이 스프링 쿨러 사이로 깨꽃처럼 하얀 이를 드러내며 “어이구 구수한 것” 깨를 툭 친다. 아직 채 여물지도 못한 깨를 바라보며 입맛을 다시는 아버지 코 끝으로 참기름 냄새가 지나간다. 참깨를 털어 참기름을 뽑아오던 날 날계란 노른자 두 개에 참기름 두 숟가락 컵 속에 넣고 저어 목으로 후룩 넘기시며 “보약이야, 보약”하신다. 아버지 깨꽃처럼 박 터트리듯 웃으시며 말씀하신다. “느도 촘지름 한 병 주커메 허루왕 깨 비라이!” (제주어 해석:너도 참기름 한병 줄테니 하루와서 깨 비어라" 2014. 8. 9.
닭백숙이 날아서 닭백숙이 날아서 /김문수 폭염이 계속되는 중복에 찌그러진 스텐 물 주전자 옆에 차고 땀범벅이 된 아내는 마늘모종을 심는다. 신형 자동차를 타고 씽씽 지나가는 허씨 가족들은 자동차 속에서 냉방기 빵빵 틀어놓고 노래한다. 여름은 젊음의 계절 여름은 사랑의 계절 노래한다. 땡볕에 데워진 주전자 뚜껑위로 물을 벌컥벌컥 마시며 아내는 손등으로 얼굴의 땀을 훔치며 마늘을 한 땀 한 땀 깁듯이 파종한다. “여보 우리저녁에는 닭 백숙해서 먹을래요. 내가 통통하게 닭 뱃속에 마늘 듬뿍 넣어 팔팔 끊여 드릴께요.” 나는 그런 아내를 바라보며 웃자 꾹꾹 누르던 마늘 꼭지위로 닭백숙이 후루룩 날아다닌다. 신형 그랜다이저는 우리 곁을 다시 지나며 아기같이 작은 아내의 손에서 껍질 채 쌓여 심던 마늘의 매운맛이 달리던 허씨 가족.. 2014. 8. 5.
떡판꽃/김문수 떡판 꽃/김문수 나는 어릴적 별명이 화떡이다 꽃 화자에 얼굴이 떡판처럼 넓다하여 화떡이라 불리게 되었는데 그 별명에 시큰둥 나는 별다른 대꾸를 하지 않고 지냈다 우리 동네에는 일곱명의 떡들이 있었고 성을 따서 강떡,양떡,김떡,고떡(2명),이떡,그리고 나 화떡이다 그래도 나는 5위 순위안에 드는 통에 떡판끼리 모일때면 랭킹 5위라며 자랑을 했다 화떡 이라는 별명덕분에 20대초부터 줄곧 동안 얼굴 이 기 보다는 겉 늙었다는 노안 소리를 듣고사는 꼴이 되었다 어느 날 근무하는 직장에 봉사오신 분들이 나를 보며 몽골인처럼 넓은 얼굴에 광대뼈는 뽈록나와서 활짝웃는 모습이 백만불짜리 미소라며 “그 얼굴과 미소는 마음에서 나온는 것입니다 ” 한다 에고 민망하게도 화떡 덕분에 꽃이 되었네 꽃 넓다란 떡판 꽃 2014. 8. 5.
변신로봇 변신로봇/김문수 단추를 듵어내고 보니 듵어진 단추구멍 사이로 출렁 거리는 뱃살이 보인다 단추를 애써 궤매다 살찐 뱃살위로 바늘이 파도처럼 밀물 썰물 찔러댄다 몸이 바다처럼 출렁 거린다 옆에서 놀고있던 아이가 출렁 거리는 몸을 보며 변신로봇 같다며 뱃살을 두드리며 변신해하 흥칙흥칙 한다 단추 구멍 사이로 흘러 나온 뱃살이 아이의 장남감으로 변신하여 현관문을 날으며 나선다 40대의 변신로봇은 출렁 거린다 2014. 8.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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