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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시인방101

노동의 기쁨은 어디에서 오는가 노동의 기쁨은 어디에서 오는가 밀감 따기는 일도 아니라고 제주 원주민들은 얘기를 한다 일을 해보니 엉켜있는 밀감 나무 밑을 기어 들어가고 기어 나와야했고 하늘로 끝없이 솟아 오른 나무 가지의 밀감을 따기위해 위험스럽게 나무 위를 올라 가야하는 작업은 만만치가 않았다 오늘은 작고 쉬운 나무를 만났다면 내일은 크고 곡예를 해야하는 힘든 나무를 타야만 했다 고된 노동이다 그럼에도 나에게 노동이 기쁘냐고 물어온다면 나는 추위에 흘러나온 콧물을 소매 끝으로 쓰윽 닦으며 기쁘다고 웃으며 말 할 것이다 연약한 손과 휘청거리는 무릎을 곳곳이 세우며 거짓 없이 밀감 나무에 의지하며 7만원을 번다는 이 정직함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야호, 이제 새로운 도전8천평의 밀감 따기는 완성이 되었다 6명의 멤버와 이른새벽 아침과 점심.. 2020. 12. 21.
노란장갑의 정겨움 점심을 먹고 밀감 밭으로 돌아오니 벗어 둔 노란 장갑이 정답게 느껴진다 손에 끼고 있을 때는 몰랐는데 벗어서 컨테이너 박스 위에 있는 걸 보니 장갑 안에 내 손이 들어 있는 것 같아 내 손을 쳐다보게 된다 17일 동안 밀감을 따준 노랑 장갑을 내일이면 이별을 한다. 저 많은 바구니에 출렁거리듯 채워 준 밀감을 보라 다 너의 그 노란 입김으로부터 온 충실함이다. 벌써 다 헤져서 두 번째 낀 장갑이다 여기저기 구멍이 뻥뻥 난 걸 보며 새 것으로 바꾸었다 장갑을 바꿀 때 마다 정이 들어 버리기가 주춤거려진다 나는 이렇게 오십이 넘는 나이에도 사물에 정을 때기가 어렵다 내일이면 노랑 장갑과도, 또 노랑색 장갑이 가진 기억과도 안녕 해야지 노랑색 장갑아 안녕... 2020. 12. 18.
루이스 글릭의 시 눈풀꽃 내가 어떠했는지, 어떻게 살았는지 아는가. 절망이 무엇인지 안다면 당신은 분명 겨울의 의미를 이해할 것이다 나 자신이 살아남으리라고 기대하지 않았다 대지가 나를 내려눌렀기에. 내가 다시 깨어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축축한 흙 속에서 내 몸이 다시 반응하는 걸 느끼리라고는. 그토록 긴 시간이 흐른 후 가장 이른 봄의 차가운 빛 속에서 다시 자신을 여는 법을 기억해 내면서. 나는 지금 두려운가, 그렇다, 하지만 당신과 함께 다시 외친다 '좋아,기쁨에 모험을 걸자 새로운 세상의 살을 에는 바람 속에서. 루이스 글릭은 2020년 노벨문학상 수상 시인이다 눈풀꽃은 가장 이른 봄 땅속 구근에서 피어 올라오는 작고 흰 꽃으로 눈 내린 땅에서 꽃을 피우는 특성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한라산에 눈이 오고 중산간 .. 2020. 12. 17.
멈춤 월요일부터 내린 비와 눈으로 밀감따는 작업을 못해 모처럼 휴식의 날을 맞았다 그동안 읽지 못한 책도 읽을 수 있게 되고 지친 몸도 쉴 수 있어 날씨님께 감사했다 '좌파 고양이를 부탁해'라는 따끈따끈한 신간 서적을 읽으며 책은 어디에서 오는가라는 생각을 했다 책은 나무로부터 오는 것이 아닌가 그럼 이 책도 밀감 나무로부터 나에게로 온 것이다 책을 만지며 사브작 거리는 촉감에서 밀감나무 잎 파리들의 떨림이 느껴지는 듯 하다 참 신기하구나 내가 좋아하는 많은 책들이 나무로부터 왔구나 모든 땅과 교감하는 나무는 책이 되어 나와 교감을 해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밖에 날씨를 보자 갑자기 뚝 떨어진 기온 탓에 아직 다 따지 못한 밀감이 혹시나 얼지는 않았을까 하는 마음에 걱정이 든다 한밤 중 자다 일어나.. 2020. 1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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