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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시인방101

막걸리 한 잔 나는 농부 일이 좋은 것이 점심 먹을 때 반주로 막걸리 한잔을 할 수 있다는 기쁨 때문이다 삼 일째 밀감을 따는데 로보트 할머니 한테서 막걸리 얻어 먹기는 힘들어 보였다 이런 내 마음을 알고 같이 일하는 복선씨가 요구를 했다 삼춘(할머니를 부르는 호칭) 점심때랑 막걸리 한 병 줍서라고 했다 할머니가 옮기던 손수레를 탁 놓터니 막걸리 먹엄쑤꽈?(막걸리 먹어요) 막걸리 먹으면 미깡(밀감)쑤셔서 안 돼마씸(안됩니다)한다 즉 술을 먹으면 취해서 밀감 따는 가위로 밀감을 쑤시면 못쓰게 돼서 안된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술은 입에 대지도 않은 복선씨 여기서 질 수는 없다는 듯 큰 목소리로 "무슨 막걸리를 단지채로 먹음니꽈?(먹습니까) 딱 한잔 마시는데 난 막걸리 안 먹으민 일은 못 하쿠다(못합니다) 힘 없어서(힘이 없.. 2020. 12. 11.
운명의 멱살을 잡고 두레박 팔자라는 말이 있다 자기 운명을 스스로 선택 할 수 없고 주인을 잘 만나야 한다는 뜻으로 쓰이는 말이다 오늘 밀감따러 간 밭은 지금까지 본 밀감밭 중에 제일 큰 팔천평 이다 마치 밀감나무에 주렁주렁 열려있는 밀감이 어서오라며 나뭇가지랑 주황의 밀감을 흔들어 대며 인사를 한다 나무는 키도 크고 풍채가 좋아 가지가 여기저기 뻗어있다 한참을 밀감을 따다보니 옆 나뭇가지가 내가 따고 있는 밀감나뭇 가지랑 뒤어 엉켜있다 서로 머리가 뒤엉켜 있듯 어지럽다 밀감나무는 마치 운명의 멱살을 잡고 있는것처럼 보인다 그러면 마치 내 멱살을 잡고 놓치 않으려고 한다 한참을 나무와 실랑이를 벌이다 겨우 나무에게서 멱살을 풀었다 휴 큰한숨 이 나온다 이 녀석 참 힘도 좋구나라며 나무를 바라보니 복도없이 주인을 잘못 만났구.. 2020. 12. 9.
로보트 같은 할매 밀감 밭 주인 할매는 로보트 같다 150cm되는 작고 왜소한 체격에 앞 이빨은 보철을 하고 있다 하루 종일 밀감을 나르고 다니는 모습이 표정 없는 로보트랑 닮았다 할매가 등에 밀감 소쿠리를 지고 내 앞을 지나가면 말을 걸어보지만 할매는 들은 척 못들은 척 척척 일만 일만 한다 그런 로봇같은 할매에게 할매 밤에 잠잘 때 혹시 아프지 않으세요라고 묻자 갑자기 지고 있던 밀감 바구니를 확 내리더니 동작을 멈추고 나를 째려본다 난 이것만 마시면 후덜거리는 다리도 꼿꼿해지고 밤에 안 아프고 잠도 잘자! 라며 박카스를 들어 보인다 하루에 두 번을 나누어 마시는데 오전에 반 병 잠잘 때 반 병 매일 이렇게 딱 한 병만 마시면 힘이 불끈 나지한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을 뱉는다 난 박카스 중독자야 ! 박카스만 있으면 되지.. 2020. 12. 8.
반지야 안녕 작년에 십 년 근속으로 금반지 두 돈을 받아 퇴사를 했다 삼십대 후반에 광주 직장에서 받은 금반지 한 돈을 합쳐 오늘 금방에 팔려고 갔다. 혼자 금방에 가는 것이 쑥스러워 은선샘이랑 동행을 했다 팔려고 내놓은 반지를 보며 반지 속 깊이 새겨있는 이야기를 듣더니 은선샘이 이 반지는 내가 사야겠다라며 반지를 손에 끼자 딱 맞다. 내 손이 아주 작아 좀 더 크게 맞춘 반지였는데 임자가 따로 있었다 현금으로 돈을 받고 집으로 돌아와 반지가 없는 빈 각을 쓰레기통에 버리자 마음이 울컥해진다 그게 뭐라고 금반지가 아니라 나의 노동과 일터의 기쁨과 슬픔이 그 반지랑 있었던 것이었다 내가 미쳐 알지도 못했던 감정이 반지 속에 있었다 누구를 줄 걸 그랬나 조카를 줄 걸 그랬나 생각 해보았지만 아니야 선 뜻 나의 반지와 .. 2020. 1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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